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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권 건설현장 파고든 외국인 ②불법체류

 

10일 오후 2시 세종시 나성동의 한 대형상가 공사현장. 2층 높이의 골조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인부들 사이로는 한국어가 아닌 중국어가 드문드문 들려왔다. 일명 '오야지'로 불리는 팀장은 인부들에게 큰 소리로 자재를 나르라며 독촉했다. 공사현장 앞 편의점 업주는 "한국인 팀장이 새참을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주기 위해 빵을 자주 사간다"라고 말했다. 이 현장은 최근 불법체류자 고용이 적발돼 대전지방노동청에서 외노자 고용 허가 취소 등 관련 제재조치를 밟고 있는 중이다.

 

같은 시각 소담동의 한 공동주택 건설현장은 외노자들의 잠식이 더욱 심각했다.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 등 국적을 가진 철근공 외노자 30여 명 중 15명은 체류기간이 종료된 불법체류자였다. 현장에서 만난 내국인 근로자는 "이들은 건설현장에 투입될 당시만 해도 취업비자가 있던 이들이지만, 현재는 비자기간이 종료된 상태"라고 귀띔했다.

 

다정동의 한 공사현장은 지하 1층 내장재 공사가 한창이었다. 본래 내장재 공사는 내국인 기능공이 대부분 투입되는데, 10명 중 4명은 중국인 외노자가 자릴 차지하고 있었다. 한 근로자는"거푸집 공정인 이른바 '알폼'이 시작되는 지상 공사에 이르면, 외노자와 내국인 근로자 비율은 9대 1에 달한다"며 "우스갯소리로 가끔은 여기가 중국인지 베트남인지 헷갈릴 정도"라고 말했다.

 

이날 세종에서 만난 근로자들은 한 목소리로 불법체류자를 경계했다. 무엇보다 신원이 불명확한 탓에 건설현장에서 이따금씩 폭력을 행사하고 도망가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설명했다. 찾을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형틀공 인 강 모씨는 "얼마 전 한국인 팀장이 외노자들에게 꾸중을 했다가 한 외노자에게 둔기로 맞아 다친 적이 있다"며 "알고 보니 불법체류자였고 책임을 묻기 위해 수소문을 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고 회상했다.

 

불법체류자는 비자기간이 종료된 이들이 주를 이뤘다. 관광비자나 단기 취업 비자를 받아 제조업에 잠시 취업한 뒤, 비자기간이 끝나면 건설현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국적은 조선족을 포함해 중국이 주를 이뤘고 최근에는 베트남 노동자들도 늘었다. 팀장은 주로 한국어와 중국어가 능통한 조선족이 많았다. 임금지급은 외노자 공급책인 팀장을 통해 이뤄졌다. 일당은 철근공 기준 13만-14만 원, 형틀 공은 7만-12만 원 사이다. 같은 일을 하는 내국인 근로자는 18만-19만 5000원을 받는다. 팀장은 내국인-외노자 간 임금차액을 수수료 개념으로 수익을 챙기는 구조다.

 

불법체류자는 치료도 어렵다. 현장에서 부상을 당해도 4대 보험처리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 치료를 포기하거나 값비싼 치료비를 지불해야 한다. 세종시에는 종합병원도 전무하다.

 

세종의 한 다문화센터 관계자는 "2016년 당시만 해도 현장에서 부상을 당해 치료를 하지 못해 우리 센터를 찾아와 도움을 청한 불법체류자가 많았다"며 "공상처리를 하는 과정에서 추방될 것이 두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전지방고용노동청, 대전출입국관리소 등 단속에 나서야 할 행정당국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건설현장은 업종 특성상 규모가 크고 단기간 내 이뤄지기 때문에 현장 단속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전출입국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불법체류자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고 가정한다면 불법체류자가 없다는 것"이라며 "올초 법무부를 비롯해 정부 5개 기관에서 합동단속을 벌이기도 했지만 여전히 불법체류자는 곳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대욱·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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